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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불어] 0456. 정향동자

눈기러기 2026. 7. 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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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향동자 淨香童子

 

문공공文恭公 진굉모陳宏謀[각주:1] 상국相國은 계림桂林 사람인데, 어릴 때 부계扶乩 점[각주:2]을 쳤더니 계선乩仙이 서판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사람의 근원에 도가의 기운이 풍부하니, 관직에서도 신선 같은 재능을 보이리라.
人原多道氣, 吏本是仙才.

훗날 문공공이 지방관을 역임하고 지위도 재상宰相 급이 되기는 하였으나, 계선乩仙의 예언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공이 죽고 몇 년 뒤였다. 소주蘇州 사람 설설薛雪[각주:3]의 며느리가 병이 들었는데 의사들이 치료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부계 점을 쳐 도움을 청했더니 계선이 말했다.
“설중립薛中立이 불쌍하구나. 진기탕陳氣湯이 있는데 쓸 줄을 모르니, 그러고도 명의名醫의 아들이라 할 수 있는가?”
진기탕을 복용하자 정말로 병이 나았다. 계선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물어보았더니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섭계葉桂[각주:4]다.”
섭계는 생전에 설설과 명성을 다투던 동료 의사였고 설중립은 설설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설중립을 놀린 것이었다.
이 뒤로 약처방이 필요한 소주蘇州 사람들이 전부 부계 점을 치러 모여 들었는데, 계선이 처방해 준 약을 시키는 대로 쓰면 다들 병이 나았다.
어느날 저녁, 계선이 이별을 고하면서 크게 글씨를 적었다.
“나는 대공조大公祖[각주:5] 정향동자淨香童子 어르신의 부름을 받았으니 반드시 가야 한다.”
사람들이 놀라서 어째서 정향동자에게 공조公祖라는 존칭을 붙이는지 물어보자 계선이 대답했다.
“진 문공공께서 이미 정향동자의 지위로 돌아오셨기 때문이다.”
문공공은 생전에 소주 순무巡撫를 지낸 적이 있다.


○ 淨香童子
桂林相國陳文恭公, 幼時扶乩, 仙判牒云: “人原多道氣, 吏本是仙才.” 後文恭歷任封疆, 位至宰相, 似乩仙語未滿其量.
公卒後數年, 蘇州薛生白之子婦病, 醫治不效, 乃扶乩求方, 乩判云: “薛中立可憐, 有陳氣湯而不知用, 尚得爲名醫之子乎?” 服之果愈. 問乩仙何人, 曰: “我葉天士也.” 蓋天士與生白在生時, 各以醫爭名; 而中立者, 生白之子, 故謔之. 從此蘇人求方者畢集, 乩所判藥, 應手而痊.
一夕告別, 大書云: “我爲大公祖淨香童子所召, 不得不往.” 衆駭然, 問淨香童子何以有公祖之稱, 曰: “陳文恭公, 已復淨香童子之位矣.” 陳, 故蘇州巡撫也.

  1. 진굉모陳宏謀(1696-1771)는 자는 여자汝咨이고 본래 이름이 홍모弘謀였는데 건륭제乾隆帝를 피휘하면서 굉모宏謀로 개명했다. 옹정雍正 연간에 진사進士가 되어 포정사布政使, 순무巡撫, 총독總督 등을 거쳐 동각대학사東閣大學士 겸 공부상서工部尚書를 역임했다. 30여년 간 외지에서 관리 생활을 하며 12곳의 행성行省에 부임했는데 가는 곳마다 공적을 세워 건륭제의 신임이 두터웠다. 『오종유규五種遺規』를 편집했다. [본문으로]
  2. 위자보드나 분신사바 계열의 점술이다. 먼저 모래판을 만들어 놓고, 一자 막대의 한가운데 또는 V자 막대의 꼭대기에 펜 대신 사용할 송곳 등을 묶은 뒤 두 사람이 막대 끝을 하나씩 잡는다. 신선이 계시를 내리면 막대에 묶은 송곳이 모래판 위에 글씨를 적는다고 하며, 이때 계시를 내리는 신선을 계선乩仙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3. 설설은 온병사대가溫病四大家 중 하나로 꼽히는 저명한 의사이다. 강소江蘇 오현吳縣 사람으로 자는 생백, 호는 일표一瓢이며 원매의 친구이다. [0359] “금기에 얽매이는 사람들 拘忌” 편에도 나온다. [본문으로]
  4. 섭계(1666?-1745) 역시 온병사대가溫病四大家 중 하나이며 마찬가지로 강소江蘇 오현吳縣 사람이다. 호는 향암香岩 또는 상율노인上律老人이고, 의사 가문 출신이며 생전에 설설과 교유가 있었다. [본문으로]
  5. 공조公祖는 명청 시기 지부知府 이상의 고위 관원에게 붙이던 존칭이며, 대공조는 그중에도 더 높은 관원에 대한 존칭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