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불어

[자불어] 0263. 여우의 시

눈기러기 2026. 7. 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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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시 狐詩

 

여녕부汝寧府 도찰원都察院에는 여우가 많았다. 매년 건물을 보수할 때면 여우 네 마리가 나와서 일반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다가 공사가 끝나면 곧바로 얌전해졌다. 과거 시험을 관리하는 학정學政이 도착하면 유난히 소란을 피워댔는데, 노명해盧明楷 공[각주:1]이 도착하여 제사를 지냈더니 평안해졌다. 이 뒤로 관례가 되어 학정들은 여녕부에 오면 다들 여우에게 제사를 지냈다.
관아 건물 뒤에 작은 각閣이 있는데 전하는 말에 따르면 여우가 그곳에 산다고 한다. 훗날 어떤 학정이 도착했을 때, 그의 하인 둘이 모르고서 누각 위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새벽, 사람들이 하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가 보았더니, 두 하인은 벌거벗은 채 누각 아래에 묶여 있고 각자의 팔에 시가 2구씩 적혀 있었다.

주인은 나를 제사 지내는데 너는 어디에 드러눕느냐, 
부정을 탈지 아닐지 어디 생각이란 걸 해 보거라.
主人祭我汝安床, 汝試思量妨不妨.
“전날에 이 몸을 대접하기에 술과 과일을 비웠으니,
오늘은 너희를 빌려 돼지고기 양고기를 대신하리라.
前日享儂空酒果, 今朝借爾代猪羊.

○ 狐詩
汝寧府察院多狐. 每歲修葺, 則狐四出爲閭閻害, 工竣即息. 學使至, 多所爲擾. 盧公明楷到任, 祭之乃安. 從此成例, 學使至, 皆祭. 署後小閣, 相傳狐所居. 後學使至, 有二僕不知, 榻其上. 晨起, 人聞呼號聲, 往視, 則二僕裸縛閣下, 臂上各寫詩二句. 其一臂云: “主人祭我汝安床, 汝試思量妨不妨.” 一臂云: “前日享儂空酒果, 今朝借爾代猪羊.”

  1. 노명해盧明楷(1702-1766)는 자는 우리又李 또는 단신端臣이며, 호는 순안純安 또는 둔암鈍菴이다. 강서성江西省 영도寧都 사람으로, 학자이자 음악가이다. 1735년 공생貢生으로 선발되어 국자감國子監에 들어갔다가 탄금반彈琴伴의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아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하였으며, 이후 무영전武英殿 교대관校對官으로 임명되고 황명으로 《율려정의律呂正義》의 편찬에 참가했다. 1751년 진사進士가 되어 한림원편수翰林院編修, 시강학사侍講學士 등을 지내고 각지의 주고관主考官을 역임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