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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불어] 0543. 귀문관

눈기러기 2026. 7. 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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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문관 鬼門關

 

주의朱衣는 자가 양강梁江이고 태창주太倉州에 사는 제생諸生이다.
건륭乾隆 33년(1786) 과거 때 강녕江寧에 향시鄉試를 치르러 갔는데, 숙소에서 열병에 걸려서 병세가 심하게 악화되는 바람에 친구가 배를 구해서 고향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돌아가는 길에 단도갑丹徒閘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주의는 선실에 누워 있다가 문득 의식을 잃었다.
꿈에서 푸른 옷을 입은 두 사람을 만났다. 두 사람은 주의를 데리고 강기슭에 올라섰다. 곧고 좁은 길을 따라가기 시작하는데 어두컴컴하여 빛은 없었지만 두 발은 더없이 가볍고 빠르게 움직였다. 십여 리(약 20-30km)쯤 갔을 때 문득 어떤 괴물이 다가오더니 몸 왼쪽에 바싹 붙었다. 다시 십여 리를 갔을 때 또다시 어떤 괴물이 다가오더니 몸 오른쪽에 바싹 붙었다.
다시 십여 리를 가자 어떤 성에 도달했다. 성벽은 드높고 무거운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으며, 성문의 현판에는 가로로 ‘귀문관鬼門關’이라고 적혀 있었다. 푸른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다시 두드렸더니 갑자기 귀신 하나가 옆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흉악하기 짝이 없게 생긴 귀신은 두 사람과 싸우기 시작했다.
이때 멀리서 붉은 등 한 쌍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네 사람이 멘 가마에 어떤 관리가 앉아 있고, 하인들은 길을 비키라고 주거니 받거니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주의는 그를 살펴 보았는데, 어쩐지 태창주의 성황신城隍神 같은 느낌이었다.
그 신이 물었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주의는 급히 대답했다.
“저는 향시에 응시하러 온 태창주 학생입니다.”
“네가 오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곳에 오래 머무르지 말도록 하거라.”
신은 자신의 일행 중 등불을 든 하인에게 행렬을 빠져나가 주의를 배웅해 주라고 명령을 내렸다. 곧 성문이 열리고, 가마가 들어가자마자 다시 성문이 닫혔다. 등불을 든 하인이 말했다.
“빨리 따라 오시오, 동쪽으로 갑시다!”
주의는 자신이 온 길과 다른 길로 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삼 리를 가자 흰 물결이 세차게 흐르는 커다란 강가에 도착했고, 등불을 든 사람은 주의를 강 속으로 떠밀어 버렸다. 주의는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다가 퍼뜩 깨어났다.
깨어나 보니 배는 어느덧 태창주의 성 외곽에 도착해 있었고 주의가 죽은 지도 벌써 사흘이 되어 있었다. 심장 주변이 여전히 따뜻했기 때문에 주의의 하인이 뱃사람들을 다그쳐서 밤낮 가리지 않고 급하게 달려왔다고 했다. 주의는 집에 도착한 뒤 병이 나았다.
이것은 소송포蕭松浦가 전해준 이야기이다.
소송포가 주애군珠崖郡에 머무를 때 담이儋耳 지역을 지나간 적이 있다고 한다. 험하고 가파른 산들이 사방을 빽빽하게 둘러싼 가운데 가느다란 길 한 줄기를 지나야 했다. 벽에는 “귀문관鬼門關”이 새겨져 있고 그 옆에 당唐나라의 재상이었던 이덕유李德裕의 시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덕유가 애주사호崖州司戶로 쫓겨났을 때 이곳을 지났다고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 시의 내용은 이렇다.

한번 길 떠나 일만 리를 오니,  열에 아홉은 돌아가지 못하는 곳.
내 집 내 고향은 어드메인가, 살아서 귀문관을 넘는구나.
一去一萬里, 十來九不還. 家鄉在何處, 生渡鬼門關.[각주:1]

5척(약 1.5m)쯤은 되어 보이는 글자들은 크기도 하고 필치 또한 힘이 넘쳐났다.
이 관문을 지나면 독안개가 피어 오르고 독초가 자라며 기이한 새와 괴이한 뱀이 나타나며, 햇빛조차 서늘하고 구름도 어두워진다. 마치 귀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느낌이라 도저히 사람이 살 지역이 아니라고 한다.


○ 鬼門關
朱梁江名衣, 太倉州諸生也. 戊子科赴江寧鄉試, 寓中患熱症甚危, 親友買舟送歸. 行次丹徒閘, 臥艙中, 忽爾暈絕. 見二青衣人導之登岸, 其路直而窄, 黑暗無光, 兩足甚輕飄. 行約十數里, 忽有一物來, 緊傍身左. 走十數里, 又一物來, 緊傍身右. 再走十數里, 到一城, 巍巍然, 雙門謹閉, 城額橫書“鬼門關”三字. 二青衣叩門, 不應; 再叩之, 旁邊突出一鬼, 貌甚猙獰, 與二青衣互相爭鬥. 遙見紅燈一對, 四轎中坐一官長, 傳呼而來. 近視之, 似太倉州城隍神. 神問: “你是何姓名?” 對: “係下場太倉州學生員.” 神曰: “你來尚早, 此處不可久停.” 命撤所導之燈送歸. 見城門洞啓, 轎甫入, 而門仍閉矣. 持燈者云: “速隨我向東走!” 覺非前來之路. 行二三里, 至大江邊, 白浪滚滚. 持燈者將渠推入江心, 大呼救命而蘇. 時舟已抵太倉城外, 蓋死去已三日矣. 因心窩尚温, 故從者促舟子日夜趲行, 至家病愈.
此事蕭松浦所言. 蕭客珠崖時, 曾過儋耳, 四面疊嶂崒嵂, 中通一道, 壁上鎸“鬼門關”三字, 旁刻唐李德裕詩, 貶崖州司戶經此所題. 詩云: “一去一萬里, 十來九不還. 家鄉在何處, 生渡鬼門關.” 字徑五尺大, 筆力遒勁. 過此則毒霧惡草, 異鳥怪蛇, 冷日愁雲, 如入鬼域, 真非人境矣.

  1. 이덕유의 「귀문관鬼門關」이라는 시는 지금도 전해지나 내용이 전혀 다르고, 당나라의 시인 양염楊炎이 지은 「유애주지귀문관작流崖州至鬼門關作」이라는 시가 “한번 길 떠나 일만 리를 오니, 천에 천은 돌아가지 못하는 곳. 애주는 어드메인가, 살아서 귀문관을 넘는구나( 一去一萬里, 千之千不還. 崖州何處在, 生度鬼門關).”라는 내용으로 인용된 시와 비슷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