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창 虎倀
신안현新安縣의 서생 정돈程敦에게는 깊은 산 속에 사는 친척이 있었다. 그 친척집은 뒷밭과 정원, 정자의 경치가 제법 정취가 있었기 때문에 구경을 가곤 했다. 그 지역에는 호랑이가 살았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장원의 문을 잠가 걸었다.
어느날 초경初更(저녁 7~9시) 때에 달빛이 어스름하니 밝은 가운데 갑자기 광풍이 휘몰아치더니 어린 시동 하나가 열쇠를 꺼내서 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다른 시종들이 안 된다고 붙잡고 주인도 직접 타이르고 설득했다. 시동은 어쩔 수 없이 몰래 담을 넘어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담이 높고 험해서 올라가지를 못했다. 문득 담장 바깥에서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주인은 하인들에게 시동 아이를 억지로 붙잡게 했다. 시동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울부짖으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돈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직접 누각 위로 올라가서 주위를 확인했다. 목이 짧은 사람 하나가 담장 밖에서 벽돌로 담장을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자가 담장을 때리면 그때마다 시동이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려고 발버둥쳤고, 담장을 때리지 않으면 진정했다. 정돈과 주인은 이것이 틀림없이 호창虎倀의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더욱 힘을 써서 시동 아이를 붙잡았다.
시동은 한참 동안 울부짖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돼지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똥오줌을 한꺼번에 쌌는데, 아이가 싼 똥 역시 돼지똥으로 변했다. 장원 사람들이 모두 기겁을 했다. 5고五鼓(새벽 3~5시)에 이르자 시동은 의식을 잃고 잠들었다.
하늘이 밝아올 무렵, 정돈과 저택의 주인은 다시 누각에 올라가서 주위를 살폈다. 호랑이 한 마리가 장원 서쪽의 빽빽한 수풀에서 달려나가 모습을 감추는 것이 보였다. 이후로 호창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虎倀
新安程生名敦, 有族人家深山中, 後圃園亭頗有幽趣, 生往候之. 迨晚, 則鍵莊門, 蓋其地有虎也.
一日初更時, 月色微明, 狂風驟作, 一僮欲請鑰出戶, 儕輩止之不可, 主人親曉諭之. 僮不得已, 私欲越垣而出, 以高峻不得升. 忽聞垣外有虎嘯聲, 主人乃令眾僕挾持此僮, 顛狂撞叫, 不省人事. 生知有異, 親登小樓覘之, 則見有一短頸人在垣外以磚擊垣, 每擊, 則此僮輒叫呼欲出, 不擊乃定. 生及主人皆知必虎倀也, 乃持此僮愈力. 僮叫呼良久, 忽變作豕聲, 便溺俱下, 其矢亦成豬矢矣, 園中之人大驚. 至五鼓, 此僮睡去.
天曉時, 生及主人復登樓覘, 則見一虎自西邊叢薄中躍去, 而倀不復見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