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자불어

[속자불어] 0930. 망량

눈기러기 2026. 5. 9. 20:59

지괴 > 속자불어

망량 魍魎

산음현山陰縣 고高 진사進士의 부친 고 옹翁은 운이 트이지 않았을 때 남의 일을 해 주고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했다. 어느날 저녁, 고 옹은 집에 돌아가다가 길쭉한 귀신이 길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근처 집의 지붕에 몸을 기대어 선 귀신의 허리가 처마 위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고 옹은 멈춰서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귀신은 손으로 어떤 어린아이를 들어올리고서 축복[祝]하여 말했다.
“내 너를 잡아먹고 싶다만 너는 자라면 구품관九品官이 되어 밭 3천 묘畝를 가지고 서까래 9개를 이은 집에 살며 아들 둘을 낳을 것이다. 너를 잡아먹고 싶다만 내 마음에 차마 먹을 수가 없구나.”
결국 아이를 지붕 기와 위에 내려 놓고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하다가 고 옹을 발견했다. 고 옹은 술을 마시기도 했고 또 오래 서서 지켜 보았기 때문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채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저 귀신은 조그마한 어린아이조차 먹지 않았는데, 만약 내가 아사餓死할 수준의 운명이 아니라면 저이가 어떻게 나를 잡아먹겠는가. 그러니 내가 왜 저이를 두려워하겠는가.’
이에 귀신에게 말했다.
“제가 듣기로 신 중 몸이 긴 자는 망량魍魎이라 하여 사람을 부귀하게 만들 수 있다 하였습니다. 당신께 빌어 부귀를 얻고자 합니다.”
귀신은 소매를 휘둘러 고 옹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고 옹도 고집스럽게 매달렸다. 결국 귀신은 소매를 더듬어서 밧줄을 꺼내더니 죽간 하나를 묶어서 저울 같은 것을 만들어 건네 주었다. 고 옹은 다시 저울추를 부탁했지만 귀신은 소매를 떨치고는 끝내 떠나 버렸다. 고 옹은 집에 돌아가서 부인에게 이야기를 해 주고, 사다리를 가져와서 아이를 안아 내려왔다.
다음날, 1리쯤 떨어진 곳에 사는 풍촌馮村 사람 풍馮 씨가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사방을 찾아다녔지만 아이를 찾아내지 못했다. 고 옹은 아이를 건네 주면서 귀신이 한 말을 전해 주었다. 풍 씨는 고 옹에게 절을 하고 그를 장인어른外父이라고 불렀다.
훗날 풍 씨의 아들은 정말로 산서순검山西巡檢이 되고 밭과 집 또한 망량이 말한 대로 되었으며, 고 옹 역시 그 뒤로 재산이 늘어나고 아들 또한 진사에 급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