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장군 溫將軍
세상 사람들이 ‘온 장군溫將軍’을 제사지내는데 도가에서는 천봉신天篷神1이라고 하고 불가에서는 야차신藥叉神이라고 부른다. 상당히 영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병술년丙戌年(1766) 초가을, 산음山陰 안창리安昌里의 누상보婁象甫가 산서순검山西巡檢으로 일하다가 휴가를 내어 고향에 돌아왔을 때였다. 우연히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길에서 그 친구를 만나서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자기 죽은 형 누경보婁敬甫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누경보는 누상보를 붙잡고 길가로 가서 몰래 속삭였다.
“우리 집안에서 종사宗祠를 신축한 일이 문제가 생겼다! 땅을 판 사람의 조상 귀신 중에 성이 주周 씨인 자가 매우 강한데, 예전에 토지신土地神과 성황신城隍神 각 신에게 고발을 하는 바람에 내가 이미 우리한테 문제가 없다고 잘 설명해 두었거든. 이번에 온장군께서 상제의 명을 받들어 사포乍浦에 해겁海劫을 일으키는 안건을 처리하려고 직접 바닷가에 찾아 오셨는데, 주 씨가 행차를 가로막고 고소장을 직접 제출했다지 뭐냐. 장군이 이미 인준하셔서 부사신副使神을 우리 종사로 보내셨고, 그분이 성황신과 토지신을 만나보고 현지를 조사하고 증언을 수집하고 계신다. 종사를 세우는 공사는 원래 우리 형제가 주도했고 무덤 이장 쪽은 실질적으로 네가 도맡아 했으니 너도 심문에 참석해야겠다. 빨리 돌아가서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적당한 방을 골라서 누워서 소환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라. 집안 사람들한테는 괜한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당부하고, 특히 울음소리를 내지 말라고 주의를 줘라. 울음소리를 내면 영혼이 흩어져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될 거다. 딱히 걱정할 일은 아니야. 아마 성황신과 토지신께서도 잘 살펴 주실 것이고, 기존 판결을 뒤엎는 건 절대로 동의하지 않으실 거다. 나도 저승에서 널 도와줄 테니 저승돈을 많이 태워 주면 좋겠고, 주 씨네 집안이 땅을 판 계약서를 베껴 적어서 그것도 같이 태워 다오.”
누상보가 길 한켠에서 심각하게 무언가를 속삭이는데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는 없었기에 친구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누상보는 죽은 형과 대화를 끝내자 바로 돌아가서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서재에 들어가 문을 닫아걸고 누웠다. 집안사람들은 창 밖에 모여서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방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1경(19-21시)이 좀 지나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 전부 법정에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말이었다. 또 집안 사람들에게 다구를 많이 준비해서 손님께 드리라고 했는데 준비한 차가 백여 잔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부족할까 걱정했다. 5경이 되자 손님이 떠났다.
누상보는 새벽이 되자 스스로 문을 열고서 나와서 자신이 심문받은 사건에 대해서 설명했다. 예전에 땅을 사서 가문의 종사를 지을 때 그 땅에 원래 묻혀 있던 관 십여 개를 이장했다. 당시 누상보는 관을 옮길 일꾼을 고용해서 급여를 지불했는데 그 일꾼이 일을 대충 하다가 주 씨 조상 귀신의 시신 하나를 빼먹었다. 일꾼은 이장을 마친 뒤 땅을 확인할 때가 되어서야 시신을 발견했고, 고용주에게 혼날까 두려워져서 몰래 강에 유골을 내다 버렸다. 주 씨는 이 때문에 명부에서 쉴 새 없이 고소를 하였고, 또 관을 무사히 옮긴 다른 여러 귀신들까지 모아서 다함께 온신溫神에게 고발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신은 성황신에게 유골의 위치를 조사하라고 명령했는데 물속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신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주 씨의 자손은 돈을 받으려고 땅을 팔고 무덤을 옮기기를 원하였으며, 누 씨는 또한 일꾼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종사를 세웠다. 장부와 영수증까지 남아 있으니 애초에 죄가 없다 할 것이다. 주 씨의 후손이 영락하여 결국 그 자손이 조상의 무덤까지 팔았으니 본래는 도리에 합당치 않으나, 이미 가난하고 처지도 곤궁하므로 그 잘못을 다시 논하는 일은 허락하지 않는다. 일꾼 왕 씨는 대가를 받고서 시신을 이장하기로 했는데 되레 물 속에 던져 넣었으니 그 잘못이 실로 형언하기 어렵다. 그자가 이승에서 누릴 복록이 이미 다하였으니 여부厲部에 알려 체포하도록 하라.”
주 씨는 통곡을 하면서 물러났다.
주 씨는 본래 같은 읍邑 사람으로 생전에 군공軍功도 세웠다고 하는데 누상보는 그 이름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 이 해에 사포에 해일이 일어나서 수천 명이 물에 쓸려가고 익사했다. 온장군이 상제의 명을 수행하러 왔다는 말이 증명된 것이다. 누상보는 소박하고 온화한 사람으로 올해 83세가 되었는데 여전히 건강하게 잘 걷고 지팡이를 짚지 않는다.
溫將軍
俗祀溫將軍, 道家謂之天篷神, 釋流謂之藥叉神, 威靈頗驗.
丙戌秋初, 山陰安昌里婁象甫由山西巡檢假歸, 偶出訪友, 與途遇立語, 忽見其故兄敬甫至, 拉至路隅密囑曰: “我家修宗祠事發矣! 賣地者之祖先鬼有姓周者甚強, 初控土地城隍各神, 我已爲訴雪矣. 今溫將軍奉上帝命, 往乍浦辦海劫一案, 親來海上, 周叩馬投詞, 將軍已准, 遣副使神至宗祠, 會同城隍土地神勘地訊供. 修祠本我兄弟董事, 徙墓事則爾實掌之, 爾當與質訊. 爾可速歸沐浴更衣, 擇一室臥, 聽傳問, 囑家人無嘩, 尤戒哭聲, 哭則魂散不可復歸也. 此事爾無恐, 諒城隍土地亦當調護, 必不肯翻案也. 我爲爾冥助, 可多焚冥鏹, 及抄周姓賣地契焚之.” 象甫在路隅切切私語, 並無人與對, 其友怪之.
象甫語畢, 徑歸沐浴更衣, 入書室扃臥. 其家人從窗外聚視, 靜以聽之. 更餘作聲, 皆質供語也, 且命家人多辦茶具獻客, 至百餘盞尙嫌不足, 五更客去.
象甫晨自啟扃出, 說所訊事, 則買地建祠時, 曾遷棺十餘具. 象甫給資與傭, 而傭忽略, 遺周姓祖一骨. 既遷後, 始視地得骨, 懼主人責, 潛棄骨於河. 周因冥控不休, 且招諸遷槨鬼同詣溫神控告. 神命城隍查骨下落, 則在水中宛然也. 神謂“周子孫受錢, 願賣地遷棺, 婁復給有工錢, 以建宗祠, 且有簿券, 原無罪過. 周裔寥落, 其子孫賣祖墓, 原本不合, 但已貧窮, 無容再議. 王傭受值而移骨, 潛擲水中, 咎實難道, 伊祿已盡, 付厲部攝之”. 周哭而去.
周本同邑人, 生前有軍功, 婁不肯言其名. 是年乍浦潮災, 漂溺數千人. 溫將軍之奉使, 其言驗矣. 婁樸厚人, 今年八十有三矣, 尙健行不攜杖.
- 북두구진北斗九辰 중 첫째인 천봉신天蓬神이다. 자미대제紫微大帝가 삼계三界를 다스리려고 할 때 기용한 주周나라의 장군 변장卞庄이 신이 된 모습이라고 한다. 훗날 자미대제의 신임을 얻어 천봉원수天蓬元帥로도 불린다. 『서유기』의 저팔계가 천봉원수의 환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