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수명은 저승도 못 바꾼다 人壽有定陰間不能增減
육합현六合縣에 사는 정程 씨는 평소 귀신에 관한 일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60여 세가 되었을 때 병에 걸렸는데 좀처럼 낫지 않았다. 곡식을 제대로 못 넘긴 지 40여 일이 되었을 때, 문득 부인에게 말했다.
“내 병이 나을 것 같지 않소. 단지 두 손자가 혼인할 날까지 받아 놨는데 내가 손자며느리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해서, 아무래도 사람들이 내가 복이 없다고 비웃을 것 같구려. 날 위로할 겸 일을 좀 빨리 정리해 줄 수는 없겠소?”
부인과 자식들은 그 말을 따랐고, 결국 두 신부는 병상 앞에 찾아와서 절을 올렸다. 정 씨는 기뻐서 얼굴이 환해졌다.
“이제 내일 가더라도 괜찮겠다. 내일 새벽이 되면 날 부축해 일으켜서 입관할 때 입을 옷을 입혀 다오.”
집안 사람들이 망복蟒服1을 가져다 바치자 그것을 도로 치우게 시켰다.
“나는 관리가 된 적이 없어서 이런 옷은 입어본 적도 없다. 틀림없이 귀신들이 비웃을 게다. 그냥 평소에 입던 옷이나 입으면 된다.”
옷을 갈아입고 난 뒤 한참 있다가 부인에게 말했다.
“밖에 사람이 둘 기다리는데, 지전紙錢을 좀 태우고 술과 안주를 마련해서 대접해 주시오.”
“누가 기다리는데요?”
“유룡兪龍하고 강신江辛이네. 두 사람은 이미 죽어서 성황역졸城隍役卒로 일하는 사람들이야.”
말이 끝나자 깊이 잠드는 듯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죽은 지 하루 정도가 지났을 때 갑자기 깨어나서 말했다.
“나를 부축해서 일으키고 여기 수의도 잠깐 벗겨 다오. 오늘이 성황부인城隍夫人의 생신이신데, 손님들이 오가느라 정신 없이 바빠서 점호를 할 겨를이 없다신다. 그래서 유룡과 강신 두 사람이 나를 돌려보내 주었다. 며칠 있어야 다시 가서 명령을 받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모양이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맑은 배즙을 마셨다.
이틀 뒤에 자다 일어나더니 다시 수의를 가져오게 해서 갈아입었다.
“이번에는 진짜로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게다. 헌데 집안 아이들이 성황신께 향을 올리면서 자기 수명을 내게 빌려주겠다고 많이들 빌던데, 누구는 5년을 주겠다고 하고 누구는 10년을 주겠다고 하더구나. 아이들이야 효도를 하느라 하는 일이겠다만 전부 웃음거리일 뿐이니라. 사람에게는 다 정해진 수명이 있고 그건 다른 물건처럼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딱 하나 특이한 일이 있긴 했다. 내가 멀리서 성황신을 보는데 내가 모르는 어떤 부인이 성황신에게 울면서 매달려서 나를 이승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애원하지 뭐냐. 성황신은 고개를 내저으며 허락하지 않으시더라. 아무래도 수상해서 두 역졸에게 캐물었다.
‘저건 어느 집 부인이신가?’
‘당唐 씨네 부인 이李 씨입니다. 36년 전 일인데 기억 안 나십니까? 그때 이 씨가 당 씨하고 혼인한 뒤 남편을 잃었는데, 시어머니를 잘 모셔서 임종을 지키고 남편 대신 친척 사내아이를 데려와 가문의 대를 잇게 했습니다. 그리고 집안일이 정리되자 남편의 영정 앞에 두 번 절하고서 스스로 목을 매어 죽었습니다. 어르신이 부인의 절개를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을 통해 당 씨 가문의 막내 숙부에게 연락해서 정려문旌閭門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시키고 관련 비용은 전부 어르신이 지불해 주셨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안 나십니까?’”
정 씨는 그 말을 듣자 갑자기 36년 전의 일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동시에 사람의 수명에는 정해진 길이가 있어서 성황신이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황신이 고개를 저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한다.
말이 끝나자 배즙을 몇 잔 더 마시고 숨을 거두었다.
정 씨의 아들은 호號가 석천石泉으로, 이 이야기는 그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다.
人壽有定陰間不能增減
六合程某, 平素不信鬼神之事. 年六十餘, 患病不起, 不納穀者四十餘日. 忽一日謂其妻曰: “我病不起矣, 但兩孫婚有日期, 我不能一見孫婦, 人必笑我沒福, 盍作速料理, 以慰我心.” 其妻子如其言, 仍兩新婦到牀前拜見. 程喜動顏色, 曰: “吾明日可以去矣, 可於次晨即扶我起, 便穿入殮之衣.”
家人以蟒服進, 命斥去之, 曰: “我並未作官而著此服, 必爲群鬼所笑, 仍衣常服可也.” 服畢, 良久曰: “有二人在外相待, 可燒紙錢具酒肴待之.” 妻問: “何人?” 曰: “俞龍、江辛. 二人者, 已死之人, 曾捨身爲城隍役卒者也.” 言畢, 沉沉睡去者將一日, 忽醒曰: “扶我起, 將殮衣暫脫, 城隍夫人生日, 賓客來往甚忙, 無暇點名, 故俞、江二人仍放我回來, 後日方去聽候發落.” 依舊吃梨汁清茶者.
又二日睡醒, 命取衣穿, 曰: “我此番眞去, 不復歸矣. 但家中子女多向城隍燒香借壽與我, 或願減五年, 或願減十年, 雖是他們孝心, 恰都好笑. 人之年壽, 各有定數, 非比他物, 可以通挪. 但有一件奇事, 我望見城隍, 有素不認識之婦人替我涕泣討情, 放我還陽, 城隍搖頭不允. 我大起疑心, 盤問二皂隸: ‘此是何家婦女?’ 曰: ‘唐李氏也, 君不記三十六年前之事乎? 李氏嫁唐某而夫亡, 此婦事堂上姑, 送其終, 又替其夫承繼一子, 事畢, 再拜靈前, 自縊而死. 君重其節, 托人教唐氏小叔遞呈請旌, 一切費用, 俱是君包攬而去, 何竟不記耶?’” 程聞之, 恍然如昨日事, 且知城隍搖頭者亦因人壽有定, 非城隍所能減增也. 言畢, 又吃梨汁數杯而逝. 程君之子號石泉, 親爲余言.
- 망복蟒服은 망포蟒袍라고도 하며, 이무기 수를 놓은 관리들의 예복이다. 황제나 황족은 이무기 9마리를 수놓고 이하 관리들은 품계에 맞춰 이무기의 수나 발톱 수를 줄이고 색을 바꾸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