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불어

[자불어] 0062. 나찰조

눈기러기 2026. 6. 14. 03:17

지괴 > 자불어

나찰조 羅刹鳥

 

옹정雍正 연간(1723-1735), 수도 내성內城에 사는 어떤 사람이 아들을 혼인시켰다. 신부 쪽 가문도 호족豪族으로 사하문沙河門 바깥에 살았다.
결혼식 날, 신부가 가마에 오르고 말을 탄 시종들이 가마 주위를 빙 둘러싸고 출발했다. 어떤 오래된 묘를 지날 때였다. 갑자기 무덤 사이에서 회오리 바람이 불어 나와 신부의 가마를 몇 번이나 휘감았다. 행렬을 따르던 사람들은 눈에 먼지가 들어가는 바람에 모두 물러나서 피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바람이 가라앉았다.
이윽고 신랑의 집에 도착해서 가마가 대청大廳에 멈추었다. 시녀가 주렴을 걷어 올리고 신부를 부축해서 나왔는데, 놀랍게도 그 가마 안에서 또다른 신부 한 명이 직접 휘장을 걷어 올리고 나오더니 먼저 나온 신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사람들이 놀라서 두 신부를 살펴 보았는데 옷차림과 화장까지 완전히 똑같아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가 없었다. 일단 신부들을 부축하여 내실內室로 들어갔는데 시부모도 얼굴을 마주보며 놀랄 뿐 어쩔 줄을 몰랐다. 일단 부부의 예를 치르기로 하여 하늘에 참배參拜하고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고 여러 친척들에게 인사를 돌았는데, 항상 신랑은 가운데 서고 두 신부가 좌우에 섰다. 신랑은 속으로 부인 한 명을 얻는 줄 알았는데 둘이 생겼으니 기대하지 않았던 경사라고 생각하며 크게 기뻐했다. 밤이 깊어지자 신랑과 두 신부는 나란히 신방에 들었다. 저택의 하인들과 시녀들도 각자 자기 침실로 돌아가고, 시부모 역시 잠에 들었다.
한밤중에 신방에서 갑자기 처참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옷을 대충 걸치고 뛰쳐나가 하인과 하녀들까지도 다같이 신방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피가 바닥을 가득 채우고 신랑은 침대 바깥에 엎어져 있었다. 침대 위에는 신부 한 명이 피웅덩이 속에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로 누워 있었는데, 다른 한 명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등불을 켜고 사방을 비추어 보니 대들보 위에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색은 흑회색이고 뾰족한 부리와 거대한 발톱은 눈처럼 새하얬다. 사람들이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고 공격하려고 했지만 짧은 무기로는 닿지 않았다. 활이나 창을 가져오라고 하던 차에, 새가 날개를 펄럭이면서 울음소리를 내더니 눈을 푸른 불꽃처럼 빛내며 방문을 부수고 날아가 버렸다.
바닥에서 정신을 잃고 있던 신랑이 정신을 차린 뒤 말했다.
“다같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갑자기 왼쪽에 있던 부인이 소매를 한 번 휘두르자 두 눈이 뽑혀 나가 버렸습니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기절하는 바람에 어떻게 새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신부도 말했다.
“신랑이 비명을 지르길래 저도 놀라서 왜 그러는지 물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어느새 괴조怪鳥로 모습을 바꾸어 제 눈을 쪼러 덤벼 들었고, 저도 바로 쓰러졌습니다.”
훗날 몇 달 동안 치료하여 둘 다 건강은 회복되었다. 부부의 금슬이 매우 좋아 두 눈을 모두 잃은 비목어比目魚 같았으니 슬픈 일이었다.
정황기正黃旗 사람인 장광기張廣基 군이 나에게 해 준 이야기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폐허나 무덤은 음기陰氣가 매우 강한 곳이라서 시신의 기운이 오래 쌓이다 보면 나찰조羅刹鳥로 변한다고 한다. 나찰조는 잿빛 학처럼 생겼으나 덩치가 크고 모습을 바꾸어 환상을 보이거나 재앙을 일으킬 수 있으며, 사람의 눈알을 파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 역시 야차藥叉, 수라修羅, 벽려薜荔 같은 류이다.

[보충] 나찰羅刹은 범어 “raksasa”의 음역으로 인도 신화에 나오는 귀신이다.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11권에 나찰녀羅刹女의 섬이 나오는데 표류한 상인들을 잡아 먹는다.
하지만 나찰羅刹과 새가 연관되는 이야기는 많지 않은 편이다. 당唐의 장작張鷟이 편찬한 『조야첨재朝野僉載』 6권에 대략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북주北周 대정大定 연간(581), 태주太州 적수점赤水店 정가장鄭家莊에 사는 젊은이가 해질녘에 혼자 걷다가 미녀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날이 밝아도 젊은이가 나오지 않아 가족이 창문으로 엿보니 두개골만 남아 있었고, 가족들이 방에 달려들어가자 대들보 위 어두운 곳에 커다란 새가 앉아 있다가 입구를 향해 날아갔다. 이 새가 “나찰매羅刹魅”라고 한다.”
『열미초당필기閱微草堂筆記』의 「난양소하록灤陽消夏錄」 30화에도 신부로 변신한 나찰이 남편을 먹어 치우는 이야기가 있으나, 여기의 나찰은 검은 노새와 같은 괴물의 형상이었다.(『중국고전소설선中國古典小說選』, 明治書院, 2008) 

○ 羅刹鳥
雍正間, 內城某爲子娶媳, 女家亦巨族, 住沙河門外. 新娘登轎後, 騎從簇擁, 過一古墓, 有飇風從冢間出, 繞花轎者數次, 飛沙眯目, 行人皆辟易, 移時方定. 頃之, 至婿家轎停大廳上. 嬪者揭簾, 扶新娘出, 不料轎中復有一新娘, 掀幃自出, 與先出者幷肩立. 衆驚視之, 衣妝彩色, 無一異者, 莫辨真偽. 扶入內室, 翁姑相顧而駭, 無可奈何. 且行夫婦之禮, 凡參天、祭祖、謁見諸親, 俱令新郎中立, 兩新人左右之. 新郎私念娶一得雙, 大喜過望. 夜闌, 攜兩美同床, 僕婦侍女輩各歸寢室, 翁姑亦就枕.
忽聞新婦房中慘叫, 披衣起, 童僕婦女輩排闥入, 則血淋漓滿地, 新郎跌臥床外, 床上一新娘仰臥血泊中, 其一不知何往. 張燈四照, 梁上栖一大鳥, 色灰黑, 而鈎喙巨爪如雪. 衆喧呼奮擊, 短兵不及, 方議取弓矢長矛, 鳥鼓翅作磔磔聲, 目光如青磷, 奪門飛去. 新郎昏暈在地, 云: “幷坐移時, 正思解衣就枕, 忽左邊婦舉袖一揮, 兩目睛被抉去矣, 痛劇而絕, 不知若何化鳥也.” 再詢新婦, 云: “郎叫絕時, 兒驚問所以, 渠已作怪鳥來啄兒目, 兒亦頓時昏絕.” 後療治數月, 俱無恙. 伉儷甚篤, 而兩盲比目, 可悲也.
正黃旗張君廣基, 爲予述之如此. 相傳墟墓間太陰, 積尸之氣, 久化爲羅刹鳥, 如灰鶴而大, 能變幻作祟, 好食人眼, 亦藥叉、修羅、薜荔類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