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자 위의 여자 신발 几上弓鞋
나와 같은 해에 진사에 합격하여 종인부승宗人府丞을 지낸 저매부儲梅夫라는 친구가 있다. 늘그막에 아들을 얻어서 유난히 예뻐하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그 아들도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성격이었고 나를 만날 때마다 아들이나 조카들이 하듯이 깍듯이 예의를 갖추면서 얌전하게 행동했다.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어른이 된 뒤에는 경사京師에 사는 어떤 도통都統의 집에 들어가 그 집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선생과 주인이 잘 어울렸다.
어느날, 저 선생이 아침에 일어났는데 방 탁상 위에 수놓은 여성용 신발 한 짝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선생은 벌컥 화를 내며 하인들을 욕했다.
“내가 여기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너희는 탁자 위에 이딴 물건을 가져다 놓는단 말이냐! 주인께서 보시기라도 하면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겠느냐? 빨리 내다 버려라!”
하인들이 탁자 위를 보았지만 선생이 말하는 신발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선생은 계속 욕을 퍼부어댔다. 도통이 소란을 듣고 방에 들어오자 선생은 곧바로 침대 아래로 도망쳐 들어가서 얼굴을 가리고 말했다.
“부끄러워 죽겠습니다, 부끄러워 죽겠어요! 제가 대인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도통이 그를 달래 보려고 했지만, 선생은 침대 아래에서 막대기를 하나 찾아내더니 스스로를 욕하면서 자기 몸을 두들겨 팼다. 결국 뇌수까지 터져 나왔다. 도통은 선생이 정신이 나갔구나 싶어 허겁지겁 의원을 불러 왔으나 선생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 几上弓鞋
余同年儲梅夫宗丞得子晚, 鍾愛備至. 性頗端重, 每見余, 執子姪禮甚恭, 恂恂如也. 家貧, 就館京師某都統家, 賓主相得. 一日早起, 見几上置女子繡鞋一隻, 大怒, 罵家人曰: “我在此做先生, 而汝輩几上置此物, 使主人見之, 謂我爲何如人? 速即擲去!” 家人視几上並無此鞋, 而儲猶痛詈不已. 都統聞聲而入, 儲即逃至牀下, 以手掩面曰: “羞死, 羞死! 我見不得大人了!” 都統方爲辨白, 而儲已將牀下一棒自罵自擊, 腦漿迸裂. 都統以爲瘋狂, 急呼醫來, 則已氣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