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돌 石言
여시呂蓍는 건녕建寧 사람으로 무이산武夷山 북쪽 기슭에 있는 낡은 절에서 공부를 했던 적이 있었다.
어느날 대낮인데 주위가 어두워지기에 밖을 내다보니 계단 위에 있던 돌들이 전부 사람처럼 일어나 있었다. 오싹한 바람이 한 번 휘몰아치자 창호지와 나뭇잎이 뜯겨 날아가서 돌에 풀로 붙인 것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더니 처마의 기와까지 날아가서 돌 위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돌들이 전부 빙글 한 바퀴를 돌더니 사람이 되었다. 창호지와 나뭇잎은 옷이 되고 기와는 관冠이 되었다. 훤칠한 장부 십여 명으로 변한 돌은 불전佛殿에 걸터 앉아 고상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귀기울여 들어볼 만한 내용이었다. 여시는 놀라고 무서워서 창문을 가리고 자버렸다. 다음날 일어나서 살펴보니 아무 흔적도 없었지만, 오후가 되자 다시 어제처럼 돌들이 일어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결국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아무 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여시는 비로소 밖으로 나와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름을 물어 보니 복성複姓이 많았고, 본인들의 말로는 다들 한漢나라나 위魏나라 사람인데 나이가 많은 둘은 진秦나라 사람이라고 했다. 한漢‧위魏의 역사서에 실린 것과 상당히 다른 이야기도 해 주었기에 여시는 매우 즐거워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조용히 그들이 오기만 기다리곤 했다.
돌로 모습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물어 보았지만 대답해 주지 않았다. 어째서 계속 절 안에 머무르지 않는지를 물었으나 역시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꺼냈다.
“여 군은 고아한 선비로군. 오늘밤 달이 밝을 테니 우리들이 와서 무술 시범을 보여 자네의 견문을 넓혀 주겠네.”
이날 밤에는 각자 무기를 들고 왔다. 어떤 사람은 억지로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지만 과戈나 극戟과는 다른 옛 병기兵器를 가져왔다. 달빛에 의지하여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홀로 추는 사람도 있고 쌍으로 추는 사람도 있었는데 날 듯이 움직이는 모습이 신묘神妙하기 그지없었다. 여시는 두 번 절하며 감사했다.
그리고 어느 날 돌들이 여시에게 알렸다.
“우리가 자네와 어울린 날이 오래 되어 차마 헤어지고 싶지는 않네만, 오늘밤에 다들 다른 나라로 환생해서 생전에 끝내지 못한 일을 완수하게 되었네. 이제 자네와는 작별일세.”
여시는 문 밖까지 나가서 전송했다. 이후로 절은 적막해졌다.
여시는 친한 벗을 잃은 듯이 서글퍼하면서 그들이 이야기해 준 옛날 일들을 적어 책을 만들고 제목을 『석언石言』이라 지었다. 인쇄해서 세상에 퍼뜨리려고 했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실행하지 못했다. 그 책은 지금도 여시의 아들 여대연呂大延이 집에 보관하고 있다.
○ 石言
呂蓍, 建寧人, 讀書武夷山北麓古寺中. 方晝陰晦, 見階砌上石盡人立, 寒風一過, 窗紙樹葉飛脫, 着石粘掛不下, 檐瓦亦飛着石上. 石皆旋轉化爲人, 窗紙樹葉化爲衣服, 瓦化冠幘, 頎然丈夫十餘人, 坐踞佛殿間, 清淡雅論, 娓娓可聽. 呂怖駭, 掩窗而睡. 明日起視, 毫無踪迹. 午後, 石又立如昨. 數日以後, 竟成泛常, 了不爲害. 呂遂出與接談, 問其姓氏, 多復姓. 自言皆漢、魏人, 有二老者則秦時人也. 所談事與漢、魏史書所載頗有異同, 呂甚以爲樂. 午食後, 靜待某來, 詢以托物幻形之故, 不答. 問何以不常住寺中, 亦不答; 但答語曰: “呂君雅士, 今夕月明, 我共來角武, 以廣君所未見.” 是夜, 各携刀劍來, 有古兵器, 不似戈戟, 而不能强加名者. 就月起舞, 或隻或雙, 飄瞥神妙. 呂再拜而謝. 又一日, 告呂曰: “我輩與君周旋日久, 情不忍別, 今夕我輩皆托生海外, 完生前未了之事, 當與君別矣.” 呂送出戶, 從此闃寂.
呂凄然如喪良友, 取所談古事筆之于書, 號曰《石言》. 欲梓以傳世, 貧不能辦, 至今猶藏其子大延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