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쓰는 서문 自序
괴이한 일, 힘쓰는 일, 어지러운 일, 신령한 일에 대해 공자께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다.1 그러나 공자께서 『주역周易‧계사繫詞』를 지을 때는 용의 피2와 귀신으로 가득한 수레3를 말씀하셨다. 『시경詩經』의 「대아大雅」와 「상송商頌」을 편찬할 때는 검은 새가 상商 왕조의 시조 설契을 낳고4 소와 양들이 주周 왕조의 시조 후직后稷을 길러준 이야기5 역시 말씀하셨다. 좌구명左丘明은 공자께 직접 학문을 전수받았는데 『춘추좌전春秋左傳』과 『국어國語』에서 이 네 가지를 아주 자세하게 서술했다.
이 이유는 무엇인가? 성인 공자께서는 사람들에게 문장과 행동, 충성과 신의만을 가르치셨다. 이 외에 대해서는 곧 ‘삶에 대해서도 모르는데 죽음에 대해 어찌 알겠는가’6,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해야 한다’7는 입장을 취하셨는데, 이것은 공자께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의 기준을 세우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한편 공자께서는 『주역』에서 신묘한 현상을 예로 들었고 『시경』을 읊은 이들은 상서로운 이야기를 기록했고, 좌구명은 『좌전』에 기이한 사건과 다양한 소문을 널리 모아 문장으로 기록하였는데, 이것은 그분들이 하늘과 땅의 변화무쌍함을 끝까지 파헤치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원리를 따져보면 전부 같은 이야기이고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나는 평소 좋아하는 것이 적고 술 마시기와 음악 연주, 도박처럼 여럿이 모여 즐길 만한 취미는 하나도 할 줄 아는 게 없다. 문학과 역사 외에는 즐겁게 여기는 것도 없다 보니 마음이 들뜨고 귀가 즐거워지는 일들을 두루 수집했고, 허튼 이야기와 허튼 소문을 기록하여 보존함에 망설이지 않았다. 음식을 맛보는 데 비유해 보면, 팔대 진미만 질리도록 먹고 개미알 젓갈이나 푸성귀 절임 같은 음식을 두루 맛보지 않는 사람은 입맛이 빈곤해진다. 음악을 좋아하는 데 비유해 보면, 요순이 작곡했다는 ‘대함大咸’이나 ‘대소大韶’ 같은 음악만 듣고 이민족이 즐기는 ‘주리侏𠌯’나 ‘금매僸佅’ 같은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은 귀가 협소해진다. 허튼 말로 평범함을 몰아내고 사람을 놀래켜 나태함을 밀어낸다면 도박을 즐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 일을 하면서 더욱 현명해진다면 이 역시 춘추 정鄭나라의 비심裨諶이 들판에 나가던 것8과 같은 즐거움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옛날 당唐의 안진경顏眞卿9과 이필李泌10은 국가에 공을 세웠으나 신령한 일과 괴이한 일을 즐겨 이야기했다. 한유韓愈11는 성인의 도道를 이어받았다 자부했으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뒤섞는 것도 즐겼다. 서현徐鉉12은 불교와 도교를 배척하였으나 독특한 소문을 즐겨 수집하여 그의 문하생 중에는 결국 꾸며낸 이야기로 그의 환심을 사려는 사람까지 나왔다. 이 네 현자의 장점은 내가 익힐 능력이 없으되 단점 정도는 감히 흉내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이 완성되었을 때 처음에는 《자불어子不語》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나중에 원元에서 지은 설부說部에 같은 제목의 책이 있는 것을 보고서 내 책의 제목을 고쳐 《신제해新齊諧》13라 한다.
● 自序
怪、力、亂、神, 子所不語也. 然龍血、鬼車, 《繫詞》語之. 玄鳥生商, 牛羊飼稷, 《雅》、《頌》語之. 左丘明親受業於聖人, 而內外傳語此四者尤詳. 厥何故歟? 蓋聖人教人, 文、行、忠、信而已; 此外則“未知生, 焉知死”, “敬鬼神而遠之”, 所以立人道之極也. 《周易》取象幽渺, 詩人自記祥瑞, 《左氏》恢奇多聞, 垂爲文章, 所以窮天地之變也. 其理皆幷行而不悖.
余生平寡嗜好, 凡飲酒、度曲、樗蒱, 可以接群居之歡者, 一無能焉. 文史外無以自娛, 乃廣采游心駭耳之事, 妄言妄聽, 記而存之, 非有所惑也. 譬如嗜味者饜八珍矣, 而不廣嘗夫蚳醢、葵菹, 則脾困; 嗜音者備《咸》、《韶》矣, 而不旁及於侏𠌯僸佅, 則耳狹. 以妄驅庸, 以駭起惰, 不有博弈者乎? 爲之猶賢, 是亦裨諶適野之一樂也.
昔顏魯公、李鄴侯, 功在社稷, 而好談神怪; 韓昌黎以道自任, 而喜駁雜無稽之談; 徐騎省排斥佛老, 而好采異聞, 門下士竟有僞造以取媚者. 四賢之長, 吾無能爲役也; 四賢之短, 則吾竊取之矣. 書成, 初名《子不語》, 後見元人說部有雷同者, 乃改爲《新齊諧》云.
- 『논어論語‧술이述而』: 공자께선 괴이한 것, 힘쓰는 것, 어지러운 것, 신령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셨다.(子不語怪力亂神) [본문으로]
- 『주역周易』 곤괘坤卦 상륙上六: 용이 들판에서 싸우니 그 피는 검고 누렇다.(龍戰于野, 其血玄黃) [본문으로]
- 『주역周易』 규괘睽卦 상구上九: 어긋나서 외롭다. 돼지가 진흙을 뒤집어쓰고 귀신을 수레 가득 태운 것을 본다.(睽孤. 見豕負塗, 載鬼一車) [본문으로]
- 『시경詩經‧상송商頌‧현조玄鳥』: 하늘이 검은 새에 명하여 내려가 상商을 낳게 하였다.(天命玄鳥,降而生商) 여기서 ‘검은 새’는 제비라고 하며, 유융有娀씨의 딸이자 고신高辛씨의 비인 간적簡狄이 이 새의 알을 먹고 임신하여 설契을 낳았다. 설이 자라서 상商 땅에 봉해지고 그 후손이 상 왕조를 세운다. [본문으로]
- 『시경詩經‧대아大雅‧생민生民』: 태어나자 아이를 골목에 버렸으나 소와 양이 길을 밟지 않고 젖을 먹여 주었다.(誕寘之隘巷,牛羊腓字之) 강원羌源이 거인의 발자국을 딛고 임신하여 후직后稷을 낳았다. 골목길과 숲, 얼음 위에 버렸으나 그때마다 신비로운 보살핌을 받았기에 다시 데려와 길렀다. 훗날 후직의 후손이 주周 왕조를 세운다. [본문으로]
- 『논어論語‧선진先進』: 未知生, 焉知死. [본문으로]
- 『논어論語‧옹야雍也』: 敬鬼神而遠之. [본문으로]
- 춘추 시기 정鄭의 대부로, 『논어‧헌문공憲問公』에 의하면 당시 외교력이 탁월하다고 평가받던 정나라에서 외교문서의 초고를 만든 사람이다. 『좌전』 양공 31년 12월에 ‘비심은 계책을 잘 짜는 사람인데 조용한 들판에서 계책을 짜면 좋은 안을 내지만 시끄러운 도성에서 계책을 짜면 그렇지 않다’고 되어 있다. [본문으로]
- 당唐의 정치가 겸 서예가(709-785). 천보 연간에 범씨라는 승려를 방문해서 미래의 관직을 물었다는 일화, 개원 연간에 감찰어사일 때 오원의 원죄 사건을 해결하자 오랜 기간의 가뭄이 끝나고 비가 내려 ‘어사비’라고 불렸다는 일화 등이 전해진다. [본문으로]
- 당唐의 정치가(722-789). 항상 숭산, 화산, 종남산을 누비면서 신선불사의 술법을 그리워했고 자신이 죽는 날도 예측했다고 한다. 신선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본문으로]
- 당唐의 정치가 겸 문장가(768-824). 당송팔대가 중 한 명으로 유학을 신봉하고 불교와 도교를 배척하면서 문장으로 도道를 전달해야 함을 주장했으나, ‘모영전’처럼 붓을 의인화한 가전체 작품 등을 남기기도 했다. [본문으로]
- 북송의 학자(916-991). 태종의 명으로 『태평어람』을 편찬하고 『설문해자』를 교정했으며, 『태평광기』의 편집자 중 한 명이고, 지괴소설집 『계신록稽神錄』을 짓기도 했다. [본문으로]
- 『장자‧소요유』의 “제해란 괴이를 기록한 것이다.(齊諧, 志怪者也)”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 구절은 지괴志怪라는 장르명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유송劉宋 시기에 동양무의東陽無疑의 저서인 『제해기齊諧記』라는 책이 있어서 원매는 제목에 ‘신新’을 추가했다. 현재 원대의 『자불어子不語』는 전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