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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불어] 0264. 녹색 거인, 녹색 난쟁이

눈기러기 2026. 7. 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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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거인, 녹색 난쟁이 大小綠人

 

건륭乾隆 신묘년辛卯年(1771), 내 사촌동생 원수袁樹[각주:1]가 진사 동기 소일련邵一聯[각주:2]과 함께 수도로 올라갔다. 4월 21일에 난성欒城의 동관東關에 이르렀는데 숙소들은 전부 수레와 말이 가득 차서 빈 자리가 없고 새로 개점한 숙소 하나만 손님이 없어서 그곳에 투숙하게 되었다. 두 칸짜리 방을 빌려 소일련은 바깥으로 이어지는 방에 묵고 원수는 안쪽 방에 묵었다.
초경初更(밤 7-9시)이 되어 둘 다 침대에 올라가서 등불을 켜고 벽 너머로 드문드문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문득 얼굴도 녹색이고 수염도 녹색에 옷과 신발까지 죄다 녹색으로 차려 입은 키 1장(약 3m)짜리 거인이 원수의 방으로 들어왔다. 거인이 머리에 쓴 관이 천장에 바른 벽지를 스쳐 버석버석 소리를 냈다. 그 뒤로 작은 사람 하나가 따라 들어왔는데 키는 3척(약 1m)도 안 되고 머리가 매우 컸으며, 역시 녹색 얼굴에 녹색 옷을 입은 모습이었다. 둘이 나란히 침대 앞에 오더니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소매를 위아래로 펄럭였다. 원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으나 입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소일련이 건네는 말이 들리긴 했지만 어떻게 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한참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와중에 침대 옆의 탁자에 또 한 명이 기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얼굴에는 얽은 흉터가 있고 구레나룻을 길게 기른 자로 비단 모자를 쓰고 허리에 큰 띠를 두른 차림이었다.
그는 거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귀신이 아니다.”
머리 큰 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귀신이다.”
그리고 둘을 향해 손을 흔들고는 말을 건넸다. 거인과 난쟁이는 고개를 꾸벅거리더니 원수를 향해 손을 모아쥐고 인사를 했다. 한 번 인사할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서, 세 번 인사하고 세 번 뒷걸음질을 쳐서 방을 나갔다. 비단 모자를 쓴 자 역시 인사를 하더니 사라졌다.
원수는 허겁지겁 일어나서 문 밖으로 뛰쳐 나가려고 했다. 그때 옆방의 소일련도 갑자기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더니 달려 들어와서 이상한 일이다, 이상한 일이다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원수가 소일련에게 물었다.
“자네도 녹색 거인하고 녹색 난쟁이를 봤나?”
소일련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아닐세. 내가 잠을 자려고 했는데, 침대 옆쪽 작은 방에서 스산한 바람이 휭휭 불고 찬기운이 스며들어 머리카락까지 서늘하길래 잠이 오지를 않는 거야. 그래서 자네한테 말을 걸었거든. 그런데 자네를 계속 불러도 대답이 안 들린다 싶더니, 방에 크고 작은 사람이, 얼굴이 사발만한 사람도 있고 물동이만한 사람도 있고, 아무튼 수십 명이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는 게 보이는 거야.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어서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네. 그랬더니 갑자기 크고 작은 사람 얼굴이 문지방에 층층이 쌓여 올라가서 위아래로 가득 차지 뭔가. 거기에 또 맷돌처럼 커다란 얼굴 하나가, 그 얼굴들 위에 더 생기더니 다같이 나를 보고 웃는 거야. 곧바로 베개를 집어던지고 일어났는데, 그게 자네가 말하는 녹색 사람인지 뭔지는 모르겠네.”
원수도 자신이 본 것을 알려 주었다. 결국 둘이서 말에게 꼴을 먹이지도 않고 숙소를 빠져 나왔다.
날이 밝아올 즈음 하인 둘이서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에 묵은 그 숙소, 귀신 여관이잖아. 숙소에 묵은 사람들이 여럿 시체로 나오고, 안 죽어도 정신이 나가서 미친 꼴이 되는 바람에 여기 현縣의 관리가 조사하다 지쳐서 폐쇄해 버린 지가 벌써 십 몇 년이거든. 그런데 어젯밤에 거기서 자고도 별 문제가 없었단 말이지. 혹시 괴이한 일은 이제 다 끝난 건가? 아니면 그 두 손님이 앞으로 귀해질 분이라 무사한 건가?”


○ 大小綠人
乾隆辛卯, 香亭與同年邵一聯入都. 四月二十一日至欒城東關, 各店車馬填集, 惟一新開店無客, 遂投宿焉. 邵宿外間, 香亭宿內間.
漏初下, 各就榻燃燈, 隔壁遙相語. 忽見長丈許人, 綠面綠鬚, 袍靴盡綠, 自門入. 其冠擦頂槅紙, 捽捽有聲. 後又一小人, 高不滿三尺, 頭甚大, 亦綠面綠衣冠, 共至榻前, 舉袖上下作舞狀. 香亭欲呼而口噤, 耳中聞邵語言, 竟不能答. 正惶惑間, 見榻旁几上又倚一人, 麻面長髯, 頭戴紗帽, 腰束大帶, 指長人曰: “此非鬼也.” 指大頭者曰: “此鬼也.” 又向二人揮手作語. 二人點頭, 各向香亭拱手. 每一拱手, 則倒退一步, 三拱三退, 出. 紗帽者亦拱手而沒. 香亭遽起, 方欲出戶, 邵亦狂呼突起, 奔而入, 口稱怪事不絕. 香亭謂邵: “亦見大小綠人耶?” 邵搖首曰: “否, 否. 方就枕時, 覺床側小屋內陰風習習, 冷侵毛髮, 不能成寐, 因與公相語. 繼呼公不答, 見屋內有大小人面若盂若盎者數十, 來去無定. 初疑眼花, 不之怪. 忽大小人面層疊堆門限中, 上下皆滿. 又一巨面, 大如磨盤, 加于衆面之上, 皆視我而笑. 乃投枕起, 不知所謂綠人也.” 香亭亦告以所見, 遂彼此不秣馬而行.
及明, 聞二僕夫嘖嘖私語云: “昨宵所宿, 鬼店也. 投宿者多死, 否則病瘋佯狂. 縣官疲于相驗, 禁閉已十餘年. 昨一宿無恙, 豈怪絕耶? 抑二客當貴耶?”

  1. 원수袁樹(1730-?)는 원매의 사촌동생으로 자는 두촌豆村, 호가 향정香亭이다. 절강浙江 전당錢塘 사람으로 1763년에 진사進士에 합격하여 광동廣東 조경지부肇慶知府를 지냈으며, 시와 그림에 능했다. [본문으로]
  2. 소일련邵一聯(?-?)은 1763년 진사進士에 합격하여 기현杞縣 지현知縣과 허주지주許州知州 등을 지냈다. [본문으로]